인터뷰를 위해 찾은 ‘김숙진우리옷’ 청담사옥. 그곳에서 고운 한복 차림에 정갈한 자태의 한복디자이너 김숙진(생활과학·55세)대표를 만났다.
은은한 조명에 차분한 매장 분위기는 30년을 한복만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있었다. 한복이 주는 우리 전통의 멋과 아름다움은 어떤 수식어도 필요치 않을 만큼 한눈에 매료되기에 충분했다.
“아직도 한복을 보고 있으면 늘 새롭게 느껴져 가슴이 뛰어요. 한복을 만드는 일이 천직인가 봐요.”
어머니에게서 손재주를 물려받은 세 딸들은 모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맏이인 김 대표는 옷 짓는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를 보며 자연스레 한복을 접하게 됐다.
그리고 평소 좋아하던 이병주 작가의 ‘여자도 자기세계가 있어야 한다’는 글을 마음 한 곳에 담아 두었다. 여자도 경제력이 있어야한다고 여기고 당시 한복에 있어 최고 권위자인 한복디자이너 1세대 이리자 선생을 찾아가 도제수업부터 받았다.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부터 물으셨어요. 결혼보다 일로 성공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배워야한다는 뜻이었죠. 그 당시에도 한복은 사양산업이었지만 최고가 되면 사양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배웠어요.”
김 대표는 본인의 매장을 낸 후에도 부족함이 느껴질 때마다 배우고자 했다. 도제수업 후엔 성신여대 박경자 교수에게 이론을 사사 받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에 대한 욕심인거죠. 한복도 이제 바느질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해야해요. 변화에 맞춰 한복에도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반영해야 하니까 배우지 않으면 안되는 거죠.”
여러 차례 패션쇼를 치르고 8년 동안이나 대한항공 국제선 1등석 승무원 한복유니폼을 디자인해 제작했다. 이후 ‘김숙진우리옷’은 1993년 대전엑스포에서 한복업체로 유일하게 선정돼 작품발표를 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한복업계에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2월엔 사단법인 언론인연합회에서 주관한 자랑스런 한국인 공로대상을 수상하고 최근 대한장인정신구현회에서 인증하는 대한민국 우리옷장인 인증 제5호를 수여받았다. 김 대표에게 생활과학과 의류패션학 전공 3학년으로 편입한 연유를 물었다.
“10년씩 계획을 세워 두고 살아요. 한복디자이너, 한복 연구가에 이어 복식연구가로서 도전하는 첫 걸음으로 방송대를 찾게 됐어요. 깊이 있게 공부해 전통 복식문화를 제대로 배우고 재현해 보며 널리 알리고 싶어요.”
바쁜 일정에 공부할 시간을 내기 힘들지만 방송대 공부를 절대 만만히 보지 않는다는 김 대표에겐 부지런함이 무기이다. 새벽 3~4시에 일어나 4~5시간씩 공부로 하루를 시작 한다니 두말할 것이 없다. 65세 이후엔 숙대 국문과 교수인 남편을 따라 방송대 국문과에 다시 입학해 글을 쓰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사제공 : 한국방송통신대학교학보 이란아기자 ( lrana@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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